(美친 도전)전력계통 고급기술 교육과정(PSAC) |
'거침없는 열정'으로 세계 속 PSAC 만든다 |
전력계통은 발전소와 변전소, 송·배전선, 부하 등 전력을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무수히 많은 기자재와 설비가 선로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력계통은 마치 거대한 인간의 해부도와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런 전력계통을 사고 없이 안전하게, 정전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가 인간의 몸을 진단하고 치료하듯, 전력계통을 잘 아는 전문가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전력계통 분야는 발·송·변전 분야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폭넓은 이해기반과 경험을 바탕으로한 통합운용 기술 분야로, 최고 수준의 전문지식이 요구된다.
하지만 국내 전력계통 분야 전문기술 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고, 이들을 양성할 만한 여건도 취약한 상황이다. 더욱이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 시스템과 확대되는 전력 분야 취업 기피 현상, 고급 인력의 이직률 증가 등은 전력계통 전문기술 교육시스템의 필요성을 높여 왔다.
국내 전력산업계가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2012년, 전력산업계의 숙원 중 하나가 풀렸다.
전력거래소와 전력기자재 중소기업 와이피피(회장 백종만)가 손잡고 전력계통 최고 전문가 교육 과정 ‘PSAC(Power System Advanced Course)’을 개설한 것.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력계통 전반에 걸친 이론과 실무를 하나의 교육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PSAC가 국내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美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PSEC라는 것이 있다. 미국 GE가 운영하고 있는 전력계통 교육과정이다. 수개월에 걸쳐 전력계통 전반에 대한 고급 기술을 교육하는 세계적인 과정으로 유명하다.
수강료는 수만달러, 항공료와 숙박료까지 더하면 1인당 1억원을 호가할 정도라고.
그럼에도 GE의 전력계통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해마다 각국에서 교육생들을 파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극소수의 교육생들이 PSEC에 참여해 왔다. 고가의 교육비와 체재비를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뜻.
PSEC 수료생들은 고국으로 돌아와 전파교육과 함께 전력계통의 안정성 확보와 기술력 향상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히 소수만이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도 PSEC와 같은 과정이 절실했던 이유다.
더욱이 전력계통 기술은 점점 발전하면서 복잡화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전력계통 분야 전문 기술인력의 부족 현상과 인력 양성을 위한 여건의 취약성은 심화되면서 전력계통에 대한 관심과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전력계통 고급 인력에 대한 절실함은 스카우트 경쟁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력산업계는 수년 전부터 PSEC와 같은 과정의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이를 현실화시키지는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2011년 9월 15일에는 초유의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이듬해 전력거래소와 와이피피는 국내 최초의 전력계통 고급기술 교육과정 PSAC를 개설한다.
전력계통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한 전력거래소와 한국의 PSEC를 만들고자 했던 와이피피의 생각이 일치했던 것이다.
전력보호감시제어시스템(ECMS)과 보호계전기 등 전력계통 관련 제품을 취급하던 와이피피는 일찍부터 전력계통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릴레이스쿨이라는 민간 교육시설을 운영해 왔다.
GE와도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던 와이피피는 PSEC를 한국에 도입하고 싶어 했고, PSAC를 구상했지만 현실적인 벽이 너무나 컸다. 단순히 비교해도 세계적인 기업 GE와 한국의 중소기업 간 차이는 쉽게 뛰어넘기 어려운 간극이 있었다.
사장될 뻔한 PSAC는 전력거래소와 와이피피가 손잡으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전력거래소와 와이피피는 해외 유명 전력계통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고, 장시간에 걸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과정에 걸맞은 강사진을 섭외하고, 전문가 자문까지 거쳐 석사급 교육 과정 PSAC가 탄생했다.
PSAC는 초호화 강사진과 이론·실무를 총망라하는 커리큘럼으로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2012년 9월 개강한 1기 과정의 경우 24개 대학교와 6개 연구소, 12개 공기업·산업체 등 산·학·연·관을 총망라한 88명의 강사들이 교육에 참여했다.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정평이 난 강사들은 12주 360시간의 강의를 통해 전력산업과 계통 전반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가르쳤다.
자료도 전력계통 핵심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작성, 전력설비와 에너지, 전력시장,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 최근 이슈까지 포함됐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저렴한 교육비였다.
전력거래소와 와이피피는 PSEC의 4분의 1 정도인 1000만원으로 수강료를 책정,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매출은 과정 운영에 필요한 강사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내 전력계통 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리고 PSAC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2013년 2기 과정에서는 강사진이 100명으로 확충됐으며, 가장 비중이 컸던 대학교수가 적어지고 연구기관, 산업계, 전력그룹사 전문가들이 골고루 포진하는 등 그 구성도 다양해졌다.
교육 프로그램도 1기 교육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초부터 전문 내용과 현장 실무까지 총망라했다.
교육생도 첫해 14명에서 15명으로 늘었고, 참가자들도 사원부터 과장급 실무인사, 부장급 간부직원, 임원까지 폭넓게 변화했다.
지난해 PSAC는 한 번 더 변신했다. Mark Adamiak GE 디지털에너지부문 CAA(Chief Application Architect) 등 해외 전문가 초청강연이 포함됐으며, 강사진과 교육 프로그램도 보다 알차졌다.
교육생 구성도 다양해졌다. 한전과 발전사, 전력거래소 등이 대부분이었던 2013년과 달리 SK이노베이션, 포스코에너지, 한전KDN 등에서도 교육생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PSAC는 올해 다시 한 번 비상의 날갯짓을 할 계획이다.
PSAC의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와 와이피피는 영어 교육과정을 개설하기 위한 커리큘럼을 작성하고 있으며, 강사진 개편, 교육생 모집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뉴욕주립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과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는 등 ‘글로벌 PSAC’를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백종만 와이피피 회장은 “PSAC가 전력산업계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의미 있는 교육과정이 되길 바란다”며 “전력계통 고급인력 양성에서 나아가 K-팝처럼 한국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백영기 와이피피 릴레이스쿨 원장
“PSAC 과정이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강사진도 다양해지고, 커리큘럼도 보다 알차게 변하고 있어요. 조만간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PSAC 교육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백영기 와이피피 릴레이스쿨 원장은 “올해부터 해외 전문가 초빙 교육이 시작됐다”며 “이는 외국인 교육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교육과정 개설의 첫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PSAC’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저명한 해외 전력계통 전문가 초빙 교육을 실시하고, 영어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한 커리큘럼과 강사진 개편, 교육생 모집 등을 추진하는 것은 모두 PSAC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뉴욕주립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과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고, 중동·동남아시아 등 해외 각국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등 이미 성과는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PSAC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물론 해외 진출이 주는 아닙니다. 국내 교육생을 위한 개편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3개월 과정 전체를 들을 필요 없이 주 단위 수강신청으로 원하는 교육을 골라 듣는 등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어요. 보다 많은 이들이 교육을 듣고 국가 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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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기자 (kube@electimes.com) |
최종편집일자 : 2015-01-16 10:50:45 |
최종작성일자 : 2015-01-13 11:56:56 |